목회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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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수도 있지. (2013.04.14)

예전에 보았던 어느 다큐멘터리의 한 부분이 기억납니다.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부부가 있는데 어머니는 아들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였습니다. 항상 늦게 일어나는 게으른 아들이라는 것입니다. 제작진이 아버님은 몇 시에 일어나시냐고 질문을 하자 '아 영감은 너무 일찍 일어나 설치는 바람에 모두들 잠을 깨워' 하고 불만을 쏟아 놓습니다.

그 장면을 보고 픽 웃음이 났습니다. 늦게 일어나고 일찍 일어나는 기준이 자기 자신이었습니다. 자기보다 늦게 일어나면 게으른 것이고, 자기보다 일찍 일어나면 설쳐대는 것이었습니다. 그 어머니의 기준대로라면 아들 입장에서는 두 분이 다 일찍 일어나서 설치는 것이고, 아버지의 입장에서는 두 명이 다 게으른 것입니다.

인간관계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갈등은 자신이 기준이 되는데서 옵니다. 쟤는 왜 저래, 건방져, 기분나빠 등의 표현은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 표현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내 모습도, 상대방에게는 건방지고 기분 나쁘게 평가되고 있을 것입니다. 다 자기가 기준입니다.

모두들 살아 온 환경과 형성된 가치관이 다릅니다.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입니다. 내 감정과 내 방식에 맞지 않는 것이 틀린 것은 아닙니다. 다른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관용과 용납이 필요합니다. 그럴수도 있지, 뭔가 사정이 있겠지 생각하면 격앙된 마음이 가라앉습니다. 반복해서 이런 마음의 태도를 연습하면 내 마음의 지평이 넓어집니다. 타인에 대한 이해의 폭이 커지게 됩니다. 그러면서 성숙한 인격이 쌓이게 됩니다. 잔뜩 웅크린 채 날 건드려만 보라고 터질 준비를 하고 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자신도 불행하고 주위 사람에게도 상처를 줍니다. 불평과 원망과 서운함 가운데 사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의 기준이 자기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남편은 이래서 안되고 사회는 이래서 안되고 나라는 이래서 안되고 대통령은 이래서 안된다는 것입니다. 어디까지 가느냐 하면 내 생각에 하나님은 이래야 하는데 그렇지 않기 때문에 못믿겠다는 것입니다. 불행을 안고 사는 사람입니다. 내 이해의 폭을 넓혀가야 합니다. 방 안에 날아다니는 파리 한 마리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습니다. 쉽게 판단하고, 쉽게 정죄하지 말아야 합니다. 나도 틀릴 수 있다는 겸손과 상대방에게 그럴만한 사정이 있겠지 하고 이해하려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물건값 계산만 할 수 있으면 되지 왜 그런 어려운 수학을 배우는지 이해가 안된다는 사람이 있습니다. 수학을 배움으로 말미암아 자신도 모르게 계산하고 분석할 수 있는 지능의 영역이 넓어진 것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과 관계만 좋으면 되지 왜 공동체 속에 속해야 되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공동체 속에서 내 신앙의 지평이 비로소 확장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우리 신앙이 좋아진다는 것은 관계가 좋아진다는 것이고, 관계는 상대방을 품는 마음의 실력입니다. 판단과 정죄 대신 겸손과 용납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이 마음을 품은 사람들이 많을수록 그 공동체는 성숙한 공동체가 되고, 그렇지 못한 공동체는 미숙한 공동체로 남게 됩니다. 그럴수도 있지. 이 마음 하나면 내 마음의 억울함과 격정이 대부분 사라집니다.

(뱅쿠버 사랑의교회 이은진목사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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