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에서 쓰는 말 중에 ‘개인 공간(Personal-space)’ 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그어놓은 나만의 공간이 있는데 그 공간을 흔히 거리라고 하며 여러 가지 말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먼저, 밀접거리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것은 마치 연인들의 관계처럼 서로 사랑하고 밀착된 아주 가까운 마음의 거리를 말하는 것인데, 여기에는 신뢰가 있습니다. 서로 믿어준다는 것이고 그것을 사랑이라고 말합니다. 여기에 진정한 행복이 있고 참 평안이 있지요. 이것을 밀접거리라고 합니다. 그 다음은 개인거리가 있습니다. 이것은 흔히 말해서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정도의 거리입니다. 그러니까 내가 마음을 열면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마음을 열지 않아서 한평생 같이 살지만 아직도 믿을 수가 없습니다. 또 하나는 사교거리입니다. 세상을 살다보면 부득불 많은 사람과 만나야 됩니다. 필요에 의해서 만나기도 하고, 사업상으로 만나기도 하고, 여러 가지 이유에 의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만남이 다 전적으로 신뢰해서 만나는 만남은 아닙니다. 그야말로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만나는 것이죠. 이것을 사교적 거리라고 합니다. 네 번째는 공중거리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 말은 허공에 떠도는 공간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입니다. 말하자면 공간적으로는 가까이 있는 것 같지만 마음은 전혀 멀리 있습니다. 나는 뭐라 열심히 떠들고 있지만 듣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가 딴청을 부리고 있습니다. 이것을 공중거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무슨 신뢰가 있겠습니까? 서로 따로 따로 노는 것입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것은 각각 다르겠습니다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렇게 가깝고도 먼 거리에서 서로 알아가고 서로 사귀면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스스로 얼마의 거리를 두고 삽니까? 나는 다른 사람을 얼마나 믿을 수 있으며, 저 사람은 나를 얼마나 믿어 준다고 생각하며 사십니까? 사실 이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신뢰성이라는 것입니다. 신뢰성이란 마음의 거리입니다. 내가 그를 온전히 믿으면 그도 나를 믿어줍니다. 반대로 그가 못 미더운 것은 내가 그를 못 미더워하기 때문입니다. 사랑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생각해 봅니다. 내가 그를 전심으로 사랑하면 그도 틀림없이 나를 사랑하고 있다고 믿는 데서부터 사랑은 이루어집니다. 행복이란 여기에서 오는 것입니다. 우리가 착각하지 말고 바로 알아야 하는 것은 사랑과 믿음, 그리고 신뢰가 별개가 아니라 하나라는 사실입니다. 지금 당신의 마음의 거리는 얼마나 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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