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 거꾸로 돌아가고 있는 필름영상을 본적 있습니까?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했을 겁니다. 그 장면을 연상해보면, 죽었던 사람들이 다시 일어섭니다. 자동차가 뒤로 굴러가고, 산산이 부서졌던 집들이 바로 눈앞에서 단번에 다시 모아져 버젓한 집이 세워집니다. 총알은 시체로부터 튀어나와 총 속으로 들어가고 살인자들은 뒤로 후퇴합니다. 쏟아진 물이 다시 컵 속을 채우고, 침을 뱉으면 그 침이 다시 튀어 올라 뱉은 사람의 입속으로 들어갑니다. ... 모든 것이 온통 거꾸로 돌아가는 세계가 되고 맙니다. 시작과 끝이 바뀐 세계, 처음과 나중이 뒤집힌 엉뚱한 세계입니다. 이 현상을 가치관이 전도되고 진리의 척도를 상실해 버린, 오늘날의 세상을 비유하고 있는 것 같다고 하면, 과한 생각일까요? ... 파스칼은 그의 책‘팡세’에서 말했습니다. .. “모두가 한꺼번에 움직일 때는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모두가 방탕으로 내딛고 있을 때는 아무도 방탕으로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는 또 이런 말도 했습니다. “혼란 속에 있는 자들이 질서 속에 있는 자들더러 자연에서 벗어나 있다고 말하고, 자기들이 자연을 따르고 있다고 믿는다. 배를 탄자들이 뭍에 있는 자들더러 달아난다고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파스칼에 의하면, 무엇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하나의‘고정점’이 필요합니다. 멈춰 서 있는 자만이 누가 움직이고 있는 지를 분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움직이고 있는 것이 무엇입니까? 이것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움직이지 않는, 견고한 고정점이 있어야 합니다. 움직이고 있는 것은 움직이고 있는 것을 판단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삶과 의식에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고정점이 필요합니다. 그 고정점을 상실한 이 세상이 불행입니다. 가차를 타고 여행을 하다보면, 하늘의 달이 달리기를 하고, 주변의 산과 나무들이 스쳐 지나가는 것처럼 여겨집니다. 그러나 기차를 타지 않고 플렛홈에 서서 바라보는 사람은 압니다. 움직이고 달리는 것은 기차고, 스쳐지나가는 것은 기차일 뿐이며 산과 가로수는 그저 그 자리에 서 있다는 것을... 우리는 우리가 의지할 고정점, 확실하게 신뢰할 수 있고 부정할 수 없는 견고한 플렛홈을 알고 있습니다. 자신을 반석이라고 지칭하신 분, 자신이 시작과 끝이요 길이고 진리라고 선언하신 분, 그 분을 우리 삶의 유일한 척도라고 고백할 수 있다면, 우리는 더 이상 거꾸로 가는 혼란한 세상 속에서 방황하지 않고 머뭇거림이 없이 견고한 삶을 살아갈 것입니다. 11주년을 맞은 우리 공동체 지체들 모두가 지금의 자리에 서서 점검해야겠습니다. 영혼구원하여 제자 삼는 사명을 위해 지금 살아가는 삶의 방향과 속도 조절의 지혜가 있기를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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